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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쁨대항병원 강윤식 원장 / 인생의 하프타임서 ‘섬김의 삶’ 찾는다
보도일 2006.01.18
내용
섬김의 삶 찾는다
 

인생의 하프타임서 '섬김의 삶'찾는다

힘써 일군 대형병원 포기하고 의료선교사역서 의미 만들어가 강윤식 원장은 인생의 ‘하프타임’을 의미있게 살기로 했다. 그 의미는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는 예수님의 모범을 따르는데서 찾아진다는 것이 강 원장의 생각이다.

‘의미’를 찾아가는 길, 그 길에서는 때때로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포기해야 할 시점이 오기도 한다. 적어도 강윤식(51·기쁨대항병원) 원장의 경우에는 그랬다. 강 원장은 힘써 일군 대형병원을 포기하는 대신 작지만 ‘의미있는 병원’을 선택했다. 그 병원의 ‘의미’는 신앙에서 시작되었다.

▲‘의미있는 삶’

서울 양재동에서 사당동으로 넘어가다보면 붉은색의 한 대형병원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99년 설립된 이 병원은 종합병원이 아니면서도 전문병원으로서는 드물게 종합병원 못지 않은 대형병원으로 성장, 눈길을 끌었던 병원. 강 원장은 지난해 여름까지만해도 이 병원의 원장이었다.
후배 2명과 함께 병원을 공동으로 운영해왔던 강 원장이 이 병원을 떠나 새로운 병원을 생각하게 됐던 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동인(動因)은 역시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의미의 중심에는 개인의 신앙이 자리잡고 있었다.
“처음에는 수원에서 개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병원에 대한 비전이 있어 서울에서 병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병원을 설립하고 병원을 키워나갈 때는 다른데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었는데, 병원이 커지고 안정되면서 조금씩 미묘한 갈등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강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갈등은 운영자들 간의 생각과 종교상의 불일치 때문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병원에서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을 후원하고 있었고, 유진벨재단을 지원하고 있었다. 유진벨재단의 구호활동에 공감한 직원들이 ‘1%클럽’을 조직,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모았고 병원에서는 이 후원금 금액에 100%의 후원금을 덧붙여 유진벨재단으로 송금했다.
이러한 활동의 바탕에는 신앙적인 배경이 짙게 깔려 있었고 이것이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하프타임’
그렇다고 단순히 이런 갈등 때문에 강 원장이 새로운 길을 모색한 것은 아니었다. 바로 “인생의 하프타임(중년)에서 뭔가 전환점을 찾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강 원장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무엇보다도 강력한 동기가 되어 주었다. “93년에 연수를 위해 영국에서 1년반 정도 머물렀습니다. 그곳의 한인교회에서 구역공부를 하면서 신앙이 새롭게 눈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부터 새벽기도를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일에 다시 끌려다니면서 영국에서의 체험이 흐릿해질 무렵, ‘하프타임’에 관한 목사님의 설교에서 강한 도전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생각이 많고 복잡해진 강 원장은 다시 영국을 찾았다. 처음 구역공부를 했던 한인교회에서 정확한 해답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침 큐티시간에 마음속으로부터 “떠나라”는 ‘강력한 부름’을 들었다. 이 ‘부름’이 진정한 하나님의 뜻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강 원장은 20여년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를 하던 장로님께 자문을 구했고, 그 장로님은 기도 끝에 “그렇다”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우연의 일치’
그리고 지난해 말 강 원장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강 원장에게는 아직 ‘마음의 짐’이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서울모테트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은 당시 병원 지하에 130여석의 작은 음악홀과 20여평의 사무실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었고, 병원을 떠나는 강 원장으로서는 이 합창단의 미래가 염려되지 않을 수 없었다. 강 원장은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지휘자였던 박치용씨를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고, 다시 합창단의 정기연주회에 참석했다가 합창단의 아름다운 화음과 하모니에 매료돼 합창단 사무실까지 찾게 되었다. 그곳에서 합창단의 열악한 환경을 만나게 되었고 병원 지하에 공간을 내어주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떠나게 되면 합창단 또한 ‘불편한 입장’에 놓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개인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합창단 사무실을 찾았는데, 지휘자로부터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병원을 떠나 새로운 사무실과 연주회 공간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 하나님이 정하신 때가 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새 부대에 담긴 술’
강 원장은 지난해 말 도곡동에 새로운 병원을 열었다. 마땅한 사무실을 찾지 못한 서울모테트합창단 역시 이 병원으로 들어와 환자들을 위한 음악회를 계속하게 되었다. 깔끔하고 정갈한 내부 분위기를 가진 병원에는 직원들이 매일 아침 모여 성경공부로 하루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개원을 한지 아직 얼마되지 않아 구체적인 활동을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사역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현재 해외단기의료선교와 유진벨재단을 통한 북한의 결핵환자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고, 평신도 의료선교사 부부와 조인식을 맺어 공식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
강 원장은 개인적으로 동남아지역에 선교사들을 통한 컴퓨터 공급 등의 사역에 관여하고 있지만, 앞으로 병원 차원에서 이러한 사역에 의료사역을 덧붙여 참여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또 이 병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독특한 활동 가운데 하나는 포인트 점수를 통한 무료의료지원사역. 이것은 병원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글을 쓰거나 어려가지 활동을 하면 그것을 포인트로 환산, 포인트 점수가 쌓이면 이를 기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러면 병원에서는 이 포인트들을 모아 일정한 점수가 되면 무의탁노인이나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료로 수술을 해주는 아이디어이다.
이러한 계획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마도 이 병원이 지향하는 바일 것이다.
목표와 비전이 있으면 행동은 자연스럽게 따라 붙기 마련이다. 병원의 설립이념을 ‘기쁨비전’으로 정하고 있는 이 병원은 그 비전의 중심을 ‘신뢰·사랑·하나님·이웃’에 두고 있다. 인생의 ‘하프타임’에서 강 원장이 찾아나선 것, 그것은 바로 ‘진정으로 의미있는 삶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일상의 반복과 단조로움에 빠져 단지 기계적인 습관만 반복하고 있는 ‘하프타임’들에게 강 원장은 그 하프타임이야말로 진정으로 의미있는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또다른 출발점임을 신선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