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방송

게시판 글보기
제목 왼손 모르게 한 선행
보도일 2008.05.07
내용
왼손 모르게 한 선행

"때로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도 좀 알면 안되나요."

태안의항교회 담임인 이광희 목사는 요즘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있느라 입이 근질거린다. 지난 3월 중순, 서해안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래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의 베이스 캠프가 되다시피한 교회에 자원봉사자 50여명이 몰려왔다. 서울 기쁨병원(원장 강윤식·사진) 직원들이었다.

이 목사는 1박2일간의 기름제거 봉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병원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데, 강윤식 원장이 다가왔다. "목사님, 기름제거 말고 지역 주민들에게 조그만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데 내시경 검진이라도 무료로 해드리면 안될까요.

" 원유유출사고 이후 주민들 상당수는 원인 모를 두통과 피부병 등에 시달리는 상황인 터라 건강 검진은 꼭 필요했다. 검진 희망자를 파악하니 80명이 넘었다. 이 목사는 난감해졌다. 각종 내시경 검진을 포함한 비용이 보험을 적용하더라도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100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또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병원까지 직접 이동해 진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병원에 괜히 폐만 끼치는 건 아닌지….'

하지만 병원측은 지난달 1∼4일과 28∼30일 10여명씩 7개팀으로 나눠 진단부터 치료, 입원과 퇴원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을 정성껏 진료했다. 모두 무료였다. 몇몇 주민들은 진단 과정에서 초기 간암과 위암, 대장암까지 발견돼 전문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고 회복중이다. 치질 환자 22명도 수술을 받고 완치됐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이 목사와 주민들은 잠자코 있어야 했다. "제발 외부에는 알리지 말아달라"는 강 원장의 신신당부 때문이었다.

강 원장은 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그만 일을 했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오히려 그가 병원 인터넷 홈페이지 프로필란에 띄워 놓은 인사말이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기쁨 병원이, 필요로 하는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긍휼을 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